창의성의 개념
2007년 1월 9일, 애플의 CEO는 당시에 혁신적이었던 세 가지 기기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터치 방식의 와이드 스크린을 탑재한 아이팟, 혁명적인 모바일폰, 그리고 획기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기기… 그리고나서 다시 이 세 가지를 하나의 기기로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단지 기능상의 결합이 아니라 오직 사용자의 인터페이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이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새로 하드웨어를 만든 기기… 아이폰이라고 불리는 “스마트폰”은 이렇게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습니다. “휴대폰을 재발명(reinvent)”한 스마트폰은, 이제 잡스의 말처럼,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꾸어놓음”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창의성(creativity)’은 이렇게 기존의 영역을 변화시키거나 기존의 영역으로부터 새로운 변형을 만드는 행위나 사고, 또는 작품을 말합니다(Csikszentmihalyi, 2003: 33). 그러나 이 창조적 행위는 위대한 천재들의 개인적인 재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창의성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체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생겨납니다. 그 세 가지 요소란 상징적인 규칙들을 포함하는 문화, 상징영역에 새로움을 가져오는 사람, 그리고 그러한 새로움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현장입니다(p.15).
이런 입장을 사회문화적 창의성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텐데요, 창의성을 전통과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그것의 조건이 된다고 보면서, 전통의 준거와 현장전문가들의 판단을 강조합니다(Gaut, 2010). 이 이론에서 창의성은 개인의 재능과 노력이 현장과 영역의 해결해야 할 과제, 불안정한 상태와 만나는 지점에서 불꽃이 일어납니다.
물론 사이에서는 창의성을 반도덕적인 것, 비합리적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남아있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예술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는 플라톤의 대화편 <이온>에서부터 창의성은 신에 홀린 일종의 광기, 시인 자신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영감이었습니다(Ion, 534b3-5). 오늘날에도 이런 관점은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데, 루드비히(Ludwig, A. 1995/2005)가 18개 영역에서 위대한 창의적 업적을 남긴 1000명의 전기를 연구한 결과에서처럼 창의성 성취점수와 양극성 정동장애(bipolar disorder) 사이의 강한 연관은 이런 관점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연관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정 수준 이상의 정신병증이, 기존의 관계를 끊고 창의성을 낳는 새로운 관련성을 보게끔 돕는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자들도 있지요(Eysenck, H. 1993). 파이스트(Feist, G. 1999: 290)도, 창의적인 사람은 “새로운 경험에 개방되어 있는 반면, 전통과 양심에 거리낌이 없고, 자기확신과 자기수용력이 강하며, 동기, 야심, 지배욕, 충동성이 강한” 성격적 특징을 가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창의성은 정점에 이른 소수의 사람만이 독점하는 보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도전과 몰입의 과정에 나타나는 경험의 질입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충만하고 창의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Csikszentmihalyi, 2003: 458). 그래서 사회문화적 접근에서 창의성은 전통을 대변하는 영역(즉 상징과 지식에 의해 존속되고 유지되는 체계)과 현장(영역에 종사하는 구체적인 개인들과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칙센트 미하이가 보기에 현장에는 1) 재능을 발현시킬 수 있는 교육이 있고, 2) 과거의 훌륭한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자원이 있습니다. 가령 마이클 조던이 농구를 하지 않는 지역이나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는 기술을 연마할 수도 없고 인정을 받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장은 3) 높은 성과에 대한 기대를 줌으로써 자극제가 되며, 4) 정식 시험이나 계속 그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격려를 통해서 개인의 성취를 인정해주며, 5) 개인이 활동을 계속할 현실적인 기회와, 6) 그 활동을 성실히 했을 때 보상과 7) 희망, 동기가 있는 곳입니다.(2003: 396-402).
“창의성을 발휘하고자 하는 사람은 창의적인 체계 안에서 움직이면서 그 체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영역의 규칙과 내용뿐만 아니라 현장이 선택하고 선호하는 기준에 대해 알아야 한다.”(Csikszentmihalyi, 2003: 46)
같이 읽으면 좋을 책과 논문
Csikszentmihalyi, M(2003). 노혜숙 역. 창의성의 즐거움. 서울: 북로드.
팽영일(Paeng Yeong-il). "창의성의 개념적 기준 비교." 比較敎育硏究 20.4 (2010): 277-298.
소경희. 한국의 학교교육 맥락에서 창의성 어젠더의 가능성과 한계: 교사들의 인식을 중심으로. NRF KRM(Korean Research Memory), 2015.